바이올리니스트로 가장 곤란할 때가 악기를 어디서 어떻게 구매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입니다.
저에게 악기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은 대개 3종류로 분류할 수 있는데, 어린 자녀의 입문용 악기를 구입하고 싶으신 분들, 취미로 바이올린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바이올린 전공을 하는 자녀를 위해 악기를 구매하시려는 분들입니다. 입문용 바이올린을 시작으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악기 구매의 비밀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자녀의 입문용 바이올린을 구매하시려는 부모님께 저는 자녀의 바이올린 선생님께서 추천하는 악기사에서 구매하시라고 권합니다. 5살 어린이나 성인이 같은 사이즈의 악기로 연주하는 피아노와 달리 현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들은 학생의 키와 팔길이에 따른 악기의 사이즈가 있습니다. 입문영 악기의 가격은 8-50만 원대까지 다양하고, 가끔 당근마켓이나 중고 사이트에서 중고 악기를 구매하시는 부모님도 계십니다. 그런데,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의 특성상 중고를 잘못 구입하면 새 악기를 구입하는 것보다 수리비로 훨씬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바이올린 활의 경우, 말꼬리털에 소나무액인 송진을 발라 줄 위에 놓고 긋게 되는데, 오래되면 끈적한 송진 위로 때가 끼게 됩니다. 물론 활털을 손으로 만지면 안 되지만, 초보 학생들의 경우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때가 잔뜩 낀 활은 활털만 교체가 가능한데, 입문용 활의 경우, 활털이 끼워진 활은 5-10 만원 정도인데 활털을 교체하면 최소 가격이 10만 원 이상 들거든요. 물론, 교체하는 활털이 훨씬 소리가 잘 나고 좋은 활털이긴 하나, 초보자들에게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신생아에게 명품 배냇옷을 입히는 것이라고 비유하면 조금 느낌이 오실까요??
제가 입문용 악기를 바이올린 선생님이 권하시는 구입하라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바이올린은 바이올린 통을 빼고는 모든 것이 교체 가능합니다. 예를 들자면, 입문용 악기에 전문가용 줄을 끼우면 제법 좋은 소리를 낼 때도 있고 “브리지”라는 줄이 올라가 있는 받침대만 조절해도 소리가 확 달라지는데,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성향의 문제라 학생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들께서 가장 예민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생이 어릴 적 악기를 시작했다면 악기 사이즈를 바꿀 때나 수리가 필요할 때를 가장 먼저 알아채시고 조언을 해 주시는 분이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바이올린을 인터넷상으로 팔기도 하고, 직접 악기점을 돌아다니시면서 가격을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악기점에서 소매로 1개를 사는 것보다는 선생님이 수십 개를 팔아주신 악기점에서 권하는 악기가 훨씬 더 질이 좋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입문용 바이올린은 대개 악기사에서 컨테이너로 수입해 옵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입문용 악기들의 스펙은 다 고만고만 하지만, 간혹 질이 아주 좋거나 아니면 조금 떨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오랫동안 거래한 악기점 사장님은 입문용 악기들은 도매만 하시고 소매는 하시지 않는데, 가끔 제가 지인들 악기를 부탁드리면 창고에 가셔서 수십 개의 악기를 직접 세팅해 보시고 연주를 해 보시고는 가장 좋은 것을 골라다 주십니다. 새로 만든 악기들이고 똑같은 규격으로 만들어졌어도, 개중 좋은 게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제가 입문용 악기를 대량으로 구매해 드리지도, 또는 구매 대행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전적으로 지금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안목과 전문성을 “믿으셔야 합니다”.
입문용 악기의 가격은 악기의 제조 과정이 공장에서 100% 만들어졌는지, 공장에서 만든 것을 사람이 어느 정도 손을 대서 시간과 공을 들였는지의 차이이지, 가격이 비싸다고 더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악기의 소리는 후작업으로 브리지와 사운드포스트(악기 안에서 두 개의 나무를 받히고 서있는 나무기둥)를 전문가용으로 교체하고, 전문가용 줄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 후작업이 악기값의 2-3 배가 넘어갈 때도 있지만. 수제라고 하며 50-100만 원대 입문용 악기를 사는 것보다 간단하고 저렴합니다. 보통 바이올린은 비싸서 시작하지 못한다고들 하시는데, 바이올린의 입문용 악기는 4 만 원 정도에서 시작하니 리코더보다는 조금 비싸나, 건반악기에 비해서는 무척 저렴해 그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제가 바이올린을 시작한 1970 년대 초반만 해도 바이올린은 무척 귀했고 가르쳐주는 선생님들도 별로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전국의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도 오케스트라 혹은 바이올린이 있을 만큼 바이올린은 다가가기 쉽고 친숙한 악기가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25%가 바이올린 연주자들로 채워진 만큼 바이올린은 배워 놓으면 여러모로 친교를 하기에도, 취미활동으로 즐기기에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제 남편은 요즘 부척 인기가 많아진 테니스 감독이었는데, 저희는 늘 농담으로 “테니스와 바이올린은 어릴 적 시작하지 않으면 프로가 될 수 없다 “라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어릴 적 예체능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기본적인 공부 이외에 남들이 가지지 않은 기술 한 가지를 덤으로 안고 가는 것입니다. 이제, 악기를 시키고 싶으신 부모님들, 선생님을 먼저 찾으세요. 악기 구입부터 지도까지, 선생님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부디 유튜브나 블로그 혹은 카페의 이야기에 현혹되셔서 좋은 악기 좋은 선생님을 찾아 기웃거리시는 시간낭비를 피하셨으면 하네요. 악기를 배울 때 가장 좋은 선생님은 유명하고 훌륭한 선생님이나 비싼 악기가 아닌, 꾸준히 옆에서 학생을 지도해 주실 수 있는 선생님이시기 때문입니다.